03/09/2026
[에도의 소방대원들 '히케시']
에도 사람들의 '멋'은 화재 현장에서야말로 빛을 발했습니다. 일본에서 '화재와 싸움은 에도의 꽃'이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시의 소방대원인 '히케시(火消し)'들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화려하게 장식한 '마토이(纏)'를 높이 들고 목숨을 걸고 마을을 지켰습니다. 그야말로 든든한 영웅들이었던 셈입니다.
화재가 많았던 에도의 도시에서는 특히 11월부터 5월까지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이 시기 특유의 건조한 공기와 강한 계절풍, 그리고 난방을 위해 불을 사용하는 환경이 화재 발생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화재를 굳이 '에도의 꽃'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은 에도가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된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화재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에도 시대의 성하마을은 신분에 따라 거주 지역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도시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평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평민들이 거주하던 지역은 도시 전체 면적의 약 2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곳은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 골목 안쪽까지 나가야(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 모여 사는 공동주택)가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당시에는 소방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길을 막기 어려웠고, 불은 계속해서 주변으로 번져 대규모 화재로 확대되었습니다. 무려 3년에 한 번꼴로 에도 시가지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할 정도의 대화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에도의 3대 대화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중 '메이레키 대화재'는 '후리소데 화재'라고도 불립니다. 현재의 도쿄도 분쿄구 혼고에 있는 혼묘지에서 불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같은 후리소데(기모노)를 입었던 세 명의 소녀가 잇따라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 후리소데를 태워 망자를 위로하려 했는데, 불이 붙은 후리소데가 바람에 날아오르면서 사찰에 불이 옮겨붙었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불은 이틀 동안 계속 타올랐으며, 무려 1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화재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당시 미나미마치 봉행이었던 오오오카 다다스케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교호 3년(1718년), 평민들로 구성된 소방 조직인 '마치비케시(町火消)'가 탄생했습니다. 오오오카 다다스케는 지역 유지인 나누시 등에게 방화 및 소방 방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정리한 뒤, 마치비케시를 설치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신체 능력이 뛰어난 도비(높은 곳의 작업을 전문으로 하던 기술자) 직공들을 소방대원으로 선발했습니다. 마치비케시 조직은 지역마다 하나씩 설치되었습니다. 각 지역에 마련된 반야(소방대원들이 대기하고 근무하던 곳)에는 망루가 세워졌고, 그 위에 설치된 화재 감시 망루인 히노미야구라에서는 감시원이 24시간 경계를 섰다고 합니다. 화재가 발생하자 반종(화재가 발생했을 때 알리기 위해 울리던 작은 종)을 울려 마치비케시들을 소집하고, 곧바로 진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마치비케시의 급료는 주민들이 부담하는 마치비에서 지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상점의 주인들이 가게 이름을 염색한 시루시 반텐(가게의 이름이나 상호를 새긴 작업복)을 마치비케시에게 지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마치비케시는 상점의 잡무를 맡기도 했으며, 문제가 있는 손님이 찾아왔을 때는 내쫓는 경호원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중재하는 것 역시 주로 마치비케시의 역할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로하'의 이름을 붙인 '이로하 48조(당시에는 47조)'가 편성됩니다. 유명한 '메구미'는 현재의 도쿄도 미나토구 일대를 담당했으며, 200명이 넘는 도비 인부를 거느린 유력한 조직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가부키자에서는 '7월 대가부키' 공연으로 이치카와 단주로가 도비의 우두머리인 메구미 다쓰고로 역을 맡은《메구미의 싸움》이 공연되고 있었습니다. 시바 신메이 신사의 경내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도비와 스모 선수의 싸움을 소재로 한 인기 작품입니다. 멋스럽게 등장하는 단주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지요.
당시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소방박물관'이 요츠야에 있습니다. 에도 대화재 당시의 진화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와 각 조직의 화려한 마토이, 무사 계급의 소방대원들이 입었던 의상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근대 소방의 역사를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방 클래식카와 헬리콥터까지 한자리에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저 역시 다시 한 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이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긴자 쇼룸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ginza.html
소방박물관
https://www.tfd.metro.tokyo.lg.jp/taiken/hkkan/index.html
참고자료
https://www.nissho.or.jp/fire-brigade/rekishi/
https://www.kabuki-bito.jp/news/10072/
https://www.homes.co.jp/cont/press/reform/reform_01402/
https://intojapanwaraku.com/rock/culture-rock/106738/